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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이단잠: 밤을 두 번으로 나누다

  • 2024-08-30
  •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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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에서는 오늘날과는 확연히 다른 수면 방식이 널리 행해졌습니다. 이른바 '이단잠'(segmented sleep) 또는 '분할 수면'이라는 패턴은 밤 시간을 두 개의 주요 수면 세션으로 나누어 활용하는 독특한 생활 방식을 의미했습니다. 이 패턴은 중세 유럽인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며, 당시 사회, 문화, 종교적 관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이단잠의 구조와 특징

중세 시대의 이단잠은 첫 번째 수면(First Sleep)과 두 번째 수면(Second Sleep)으로 나뉘었습니다. 첫 번째 수면은 해가 진 후 저녁 시간에 시작되어 약 34시간 정도 지속디었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약 12시간 동안의 각성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 각성 시간 동안 사람들은 일상적인 활동을 재개하거나, 특정한 종교적 의례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수면에 들며 다시 약 3~4시간의 숙면을 취했습니다.

 

 

각성 시간의 역할과 사회적 의미

이 각성 시간은 단순히 잠에서 깨어있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중세 사회에서 이 시간은 매우 유의미한 활동들로 채워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도나 묵상에 잠기며 영적인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기독교가 지배적인 문화였던 중세 유럽에서는 이러한 시간이 신앙 생활의 연장선으로 여겨졌습니다. 일부 문헌에 따르면, 중세인들은 이 시간에 꿈을 해석하거나, 신성한 메시지를 받는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각성 시간 동안에는 일상적인 가사 노동, 가벼운 식사, 또는 간단한 집안일을 처리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부부들은 이 시간에 대화를 나누거나, 심지어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이렇듯, 각성 시간은 단순한 중간 휴식 시간이 아니라, 중세 유럽인들의 사회적, 가정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단잠의 쇠퇴와 현대적 관점

이단잠은 수세기 동안 중세 유럽에서 지속되었지만,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공 조명의 보급과 더불어 점차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인공 조명은 사람들이 야간 활동을 늘릴 수 있게 하였고, 이에 따라 연속적인 수면 패턴이 일반화되었습니다. 또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생활 리듬은 더욱 바빠졌고, 자연스럽게 이단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면 연구자들은 이단잠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수면 리듬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수면 문제는 연속적인 수면 패턴에 기인할 수 있으며, 이단잠이 오히려 인간의 생체 리듬에 더 적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세 유럽의 이단잠에 대한 연구는 현대인의 수면 습관을 재평가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세 유럽의 이단잠은 단순히 과거의 수면 방식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 오늘날 우리의 수면 패턴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주제입니다. 이 고대의 수면 방식은 당시 사회의 문화적, 종교적 맥락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생체 리듬과 수면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대의 수면 연구는 이단잠의 재발견을 통해 인간 수면의 복잡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kirch, A. Roger. (2001). Sleep We Have Lost: Pre-industrial Slumber in the British Isles. The American Historical Review, 106(2), 343-386. doi:10.2307/2651611

Ekirch, A. Roger. (2005). At Day's Close: Night in Times Past. W. W. Norton & Company.

Ariès, Philippe. (1981). The Hour of Our Death. Alfred A. Knopf.

Vaughn, S. L. (1993). Sleep and Society: Sociological Inquiry into the Causes of Modern Sleep Problems. Sociology Compass, 7(2), 123-136. doi:10.1111/soc4.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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